C-time의 효과
팀/애자일 2010/09/07 01:27구글이 엔지니어들에게 20%의 시간을 개인 프로젝트에 할애하듯이 Daum에서는 C-time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아마도 Creative Time의 준말이 아닐까 싶은데 전사적으로 혹은 본부별로 시행되었었다. 전사 차원에서 진행할 때는 서점에 간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할 수 있었고 비용도 회사에서 지원해 줬었다.
캐빈에서는 본부의 방침과 상관없이 팀 자체적으로 C-time을 실행했었다. 금요일 오전에 주간 업무를 회고하고 오후에는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휴식을 하거나 했다. 한 주간을 최종 마무리 하기 전에 1시간 정도 C-time 때 배웠거나 느낀 걸 나누었다. 시간은 조금씩 늘여서 제일 많이 할애할 땐 금요일 하루와 매일 오후 5시부터 퇴근하기까지의 시간도 C-time으로 활용했었다. 한 주간 총 16시간쯤 될 테다. 나중에는 결국 인력이 부족해 다시 점점 줄어들기는 했지만.
기본 효과
Daum view가 제공했던 꽤 많은 기능들이 C-time 또는 멤버들이 주도해서 진행한 작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추천 버튼을 비롯해서 블로거 랭킹 등이 있고, 그 외에도 우선순위에 밀려 개선하지 못했던 크고 작은 기능상의 문제들을 C-time을 통해서 많이 해결했다.
기본적으로 C-time은 멤버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 모두가 반대하더라도 자신은 필요하다고 믿는 기능들을 직접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수의 의견만을 따라감으로써 치뤄야 할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꼭 필요하다고 모두가 믿는 기능이 나중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을때에 방향을 전환하는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작게 실험함으로써 빠르게 기능의 유용성을 검증하는 효과도 있다.
또 다른 효과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효과 외에도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C-time의 효과가 있다. 그건 바로 팀이 의사 결정권자의 의견에 유연하게 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회사가 그렇겠지만 많은 경우 팀의 안팎에는 팀이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해주는 의사결정권자가 있다. 팀 내부에는 팀장이 있을 테고, 팀 바깥에는 본부장, 센터장, CEO 등이 있다. 더 나가면 주식회사의 주주도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팀은 늘 의사결정권자의 조정을 받게 마련이고, 때로는 강한 요구에 응해야 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걸 회사의 요구라고 표현했다. 좋은 전략안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과 의사결정권을 가진 회사와 일을 진행하는 우리가 행복해지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세가지는 늘 일치하지는 않는데, 많은 사람들이 회사가 바라는 일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충돌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럴 때 C-time은 그 세가지를 조정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이를 테면 회사가 원하는 일을 80%의 시간 동안 하고, 남은 20%의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20%의 시간 동안을 활용해 중요한 의사결정권자들을 만족시킨다면 그 시간은 점점 늘어난다는 믿음을 가지게 했다.
회사는 의외로 간단해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권한을 믿고 나눠줄 만한 사람을 늘 찾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믿음을 얻는 건 각자에게 달려 있는 것 같다. 약간의 시간을 얻어 믿음을 얻으면, 스스로 판단해서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이 점점 더 늘어나는게 사실은 결정권을 가진 사람도 바라는 점이라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아주 대단한 걸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아주 중요한 일 한가지를 매우 잘 하는 것"으로도 만족했던 것 같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팀이 하고만 있다면, 그 외에 남는 시간들은 팀이 자유롭게 써도 괜찮았던 거다.
갈등을 해결하는 비법 - 20:80
C-time을 통해 조직이 창의적이면서 개인이 만족할 만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함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C-time을 통해 의사결정권자와 실제로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방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업무 시간을 통해 회사가 바라는 것과 우리가 바라는 것을 양립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은 팀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는 전략을 사고할때 너무도 당연하게 고객과 회사, 우리라는 틀에 맞추어 어떤 가치를 주는지 따져보고는 했다.
만약 내가 새로운 팀에 들어간다면 작은 틈을 요청할테고, 내가 만약 새로운 팀을 이끌게 된다면 팀에게 20%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권장해야겠다는 비법을 배웠달까.
ps. 20%의 시간은 어디서 나오나
일주일의 20%의 시간은 실은 하루 정도 된다. 그 시간이 꽤나 길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테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개발이 되었든 기획이 되었든 사람이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이상이 못 된다. 그 이상을 하면 며칠 뒤에 꼭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일주일이나 한 달 정도를 모아서 계산해서 평균을 내 보면 사실 일주일의 20% 정도는 늘 휴식이나 개인 시간으로 쓰게 마련이다.
따라서 20%의 시간을 할애한다는게 조직적으로 새로 만드는 시간은 아니다. 어쩌면 개인들이 각자 재량껏 쓰고 있던 20%의 시간을 명시적으로 제공하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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